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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설계 사무소의 AI 활용 방향

구조설계 사무소의 AI 활용 방향

기 고 | 구조설계와 AI

구조설계 사무소의 AI 활용 방향

대화형 AI의 한계를 넘어, 검색·도구·자동화로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높이는 길

(주)도화기술 구조엔지니어링 | 적용 사례 제공


요약

구조설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반복적이고 결정적인 업무다. 생성형 AI를 실무에 그대로 적용하면 토큰(용량) 한계와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두 제약에 부딪힌다. 본고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설계 사무소가 택할 수 있는 활용 방향을, 한 사무소의 적용 경험을 사례로 들어 정리한다. 핵심은 AI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준 검색은 RAG로, 반복 작업은 도구 호출로 자동화하여 엔지니어의 생산성과 설계 품질을 함께 높이는 데 있다.


1. 들어가며 — 왜 구조설계에 AI인가

구조설계는 건축도면(CAD/DXF)을 이용한 구조검토와 구조계획에서 출발하여 건축모델과 구조해석 모델을 만들고, 해석 결과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슬래브·벽체·기둥·기초의 상세 배근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하중평면도·구조평면도·부재일람표·배근상세로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CAD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활용하여 설계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오랜 실무 과제였다.

구조설계 데이터는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 부재 수가 수백~수천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크고, 형상은 비슷하되 단면·배근이 조금씩 달라 반복적이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모든 수치가 기준식과 입력값으로 유일하게 정해지는 결정적(deterministic)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업무는 사람이 수행할 때 시간이 많이 들고 누락이 생기기 쉽다. AI가 반복 작업을 가속하고 기준 적합성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 다만 결정적 업무에 확률적 모델인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적용하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2. 출발점 — 두 가지 제약: 용량과 환각

대화형 AI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대량의 데이터를 시스템 프롬프트에 담아 결과를 받으려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의 부재 데이터는 수만~수십만 토큰에 달해 한 번의 질의에 모두 싣기 어렵고, 많이 넣을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일반 LLM에 국내 기준을 물으면 학습 자료의 한계로 미국 ASCE 기준을 인용하거나 조항번호를 잘못 답하는 환각이 나타난다. 구조설계에서 틀린 근거는 곧 안전과 직결되므로, '그럴듯하지만 틀린 답'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용량과 환각이라는 두 제약이 AI 활용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LLM은 본질적으로 확률 기반 모델이므로 동일한 입력에 대해서도 실행 시점이나 모델 버전에 따라 서로 다른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이는 항상 동일한 결과가 요구되는 구조설계 업무의 특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AI가 최종 설계 판단을 수행하기보다는 검증 가능한 코드와 데이터에 기반한 보조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

3. 방향 ① 지식을 '검색'한다 — RAG와 데이터베이스

첫 번째 방향은 AI에게 모든 것을 기억시키는 대신, 필요할 때 정확한 자료를 찾아 근거로 제시하게 하는 것이다. KDS 기준서를 RAG(검색증강생성) 체계로 구축하면, 질문에 대해 관련 조항을 먼저 검색한 뒤 그 조항에 근거하여 답하도록 만들 수 있다. 기준 PDF를 조항 단위로 잘라 임베딩(벡터화)하여 데이터베이스(예: PostgreSQL + pgvector)에 적재하고, 질의 시 의미 기반 벡터 검색과 정확 매칭 키워드 검색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검색으로 근거 조항을 추려 AI에 전달한다(그림 1). 이렇게 하면 AI는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검색된 자료를 정리하는' 역할에 머물러 환각이 크게 줄고, 답변에 조항 출처가 함께 제시되어 검토가 쉬워진다.

그림 1. RAG 기반 기준 검색 체계

그림 1. RAG 기반 기준 검색 체계 — 기준 PDF를 조항 단위로 벡터화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적재(좌)하고, 질의 시 하이브리드 검색으로 근거 조항을 찾아 AI가 인용·정리한다(우).

이 방식은 사내 검토뿐 아니라 공개 서비스로도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계 초기에 자주 필요한 풍속·지반등급 조회를 기준에 근거하여 즉시 제공하는 형태가 가능하며, '기준에 근거한 자동 산정'이라는 동일한 원칙을 따른다.

구조설계 업무에서는 모든 데이터를 벡터DB에 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기준서·검토의견·기술노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는 벡터DB가 적합하지만, 부재 정보·좌표·물량·설계 결과와 같은 정형 데이터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가 더 적합하다. 실제 시스템은 벡터DB와 관계형DB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일반적이다.

4. 방향 ② 설계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한다

두 번째 방향은 설계 과정의 각 단계를 데이터 특성에 맞춰 자동화하는 것이다. 흐름은 건축모델 → 구조모델 → 구조해석 → 상세 배근 → 도면·일람으로 이어진다. 아래는 한 사무소가 구성해 온 도구들을 단계별 적용 사례로 든 것이며, 핵심은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자동화할 수 있는가'에 있다.

4.1 건축모델 ↔ 구조모델 변환

건축도면(DXF)의 벽·기둥 정보를 구조해석 모델로 옮기는 작업은 자동화 효과가 크다. 도면에서 벽 중심선과 기둥을 추출하고, 흩어진 선을 통합 구조축으로 정리한 뒤 절점과 부재를 생성하여 해석 모델(예: Midas)로 내보낼 수 있다(그림 2). 변환 이력을 기록해 두면 해석 결과를 다시 건축모델 좌표로 역투영할 수 있고, 자동 통합의 신뢰도를 색으로 표시하여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사람이 최종 확인하도록 운용한다. 모델 작성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좌표·치수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림 2. 건축도면에서 구조해석 모델 자동 생성

그림 2. 건축도면(DXF)에서 추출·통합한 축을 바탕으로 구조해석 모델을 자동 생성한 예 — 벽(청색 패널)과 보·기둥이 3차원 구조모델로 구성된다.

4.2 해석 결과로부터 부재 상세 배근

구조해석이 산출하는 방대한 부재력 데이터에서 배근과 보강 영역을 도출하는 단계는 가장 노동집약적이다. 부재력을 읽어 그리드를 인식하고, 동일 단면·배근을 묶어 그룹화한 뒤 KDS 14 20에 따라 배근을 검토하여 부재일람표·도면(DXF)·물량으로 출력하면, 수백 개 부재를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다(그림 3). 개별 부재에 대해서는 단부·중앙부 단면과 함께 휨강도·전단·최소철근·균열폭 등 다수의 검토 항목을 자동 판정하여, 기준 적합성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이는 생산성뿐 아니라 기준 누락을 막아 설계 품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림 3. 지하주차장 골조 자동설계

그림 3. 지하주차장 골조의 보·기둥·기초 자동설계 예 — 수백 개 부재를 단면·배근 시그니처로 그룹화하고 부재일람을 자동 작성한다(우측 표).

그림 4. 보 부재 KDS 기준 검토

그림 4. 보 부재 배근 상세와 KDS 14 20 기준 검토 — 단부·중앙부 단면, 모멘트·전단력도와 함께 다수의 검토 항목을 자동 판정한다.

4.3 전단벽 최적 설계와 물량 검증

전단벽은 형상이 다양하고 거동이 복합적이어서 표준 단면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면 거동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방법(예: 섬유모델)을 사용하면 벽체별로 합리적인 배근을 도출할 수 있고, 층별 수직·수평근과 배근비를 산정하여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다(그림 5). 설계 과정에서 물량을 함께 검증하면 과소·과대 설계를 사전에 방지하여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그림 5. 공동주택 전단벽 자동설계

그림 5. 공동주택 전단벽 자동설계 예 — 벽체 그룹별 수직·수평근 배근과 배근비를 산정하고 3차원 배치로 확인한다.

4.4 계산서 자동 작성

설계 결과를 계산서로 문서화하는 작업은 반복성이 높아 자동화 이득이 크다. 단위계를 인식하는 수식 편집과 계산 기능에 AI 대화를 결합하면, 계산 수식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계산서 시트를 구성하여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다(그림 6). 비구조요소 내진설계처럼 형식이 정형화된 검토에 특히 효과적이다.

그림 6. 계산서 자동 작성

그림 6. 계산서 자동 작성 예(엘리베이터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 수식 편집·연산에 AI 대화(우측 패널)를 결합해 계산서 시트를 구성한다.

5. 방향 ③ 안전하게 쓰기 — 환각을 막는 설계 원칙

AI를 설계에 결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성의 위치를 옮기지 않는 것'이다. 즉 계산·수정·판정의 권한을 AI에 주지 않고, AI는 자연어를 정해진 동작으로 옮기는 인터페이스 역할에 한정한다. 이를 위한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원칙적용 방식
숫자는 코드가 계산물량·중량 등 수치는 코드가 미리 산출하고, AI는 그 값을 읽어 정리만 한다.
수정은 도구 호출로AI가 데이터를 직접 바꾸지 않고, 검증된 코드(도구)가 실행한다(Tool Use).
컨텍스트는 정형 데이터자유 텍스트 요약 대신 스키마 기반 데이터로 전달해 해석 오류를 줄인다.
기준은 KDS 인용검토는 KDS 조항을 직접 참조하고, RAG로 근거 조항을 함께 제시한다.
사람이 최종 확인결과는 화면에 표시 후 사용자가 승인하며, 수치는 도면·계산서로 재확인한다.

용량(토큰) 제약은 '모든 데이터를 넣지 않는' 방식으로 푼다. 요약 정보만 전달하고 상세는 필요할 때 조회(Self-Query)하며, 컨텍스트 크기에 맞춰 데이터를 자동 축약한다. 정적·동적 프롬프트를 분리하고 캐싱을 적용하면 비용과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설계 자료의 외부 유출이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사내 서버에서 동작하는 온프레미스 모델을 함께 사용하여 동일한 사용성을 보안 경계 안에서 제공할 수 있다.

6. 방향 ④ 협업과 관리에도 AI를

AI 활용은 설계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무소 운영의 협업·일정·재무 관리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한 사례로, AI를 활용해 사내 협업 플랫폼(Workhub)을 직접 구축하여 프로젝트 관리·일정 관리·재무 관리·인당 생산성 관리에 사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토픽 기반 대화 정리, 내장 칸반(태스크) 관리, AI 봇 자동화를 한곳에 통합한다. 대화 중 필요한 내용을 곧바로 업무(태스크)로 전환하고, 일일 보고·주간 취합·마감 알림 같은 반복 업무를 봇이 대신 처리한다. 그 결과 흩어진 도구를 오가는 부담이 줄고 협업과 관리 측면의 효율이 높아졌다. 설계 자동화에서 본 '자연어를 정해진 동작으로 옮긴다'는 원리가 운영 영역에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7. 방향 ⑤ Agent 기반 설계자동화와 MCP

최근에는 단일 AI가 아니라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Agent 기반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에이전트는 기준 검색을 수행하고, 다른 에이전트는 구조 모델을 생성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는 설계 결과를 검증한다. 이러한 구조는 환각을 줄이고 검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이용하여 AI와 CAD, BIM, 구조해석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를 표준 방식으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특정 AI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자동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8. 해외·국내 동향

이러한 접근은 세계적 흐름과 같은 방향이다. 최근 구조·건설 분야의 AI 연구는 LLM에 결정을 맡기지 않고 검증 가능한 구조로 묶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여러 LLM 에이전트가 작업을 분담해 코드(법규) 준수형 철근콘크리트 설계를 자동화하는 다중 에이전트 프레임워크[1], 다단계 구조 모델링에서 환각과 오류 누적을 줄이는 전용 멀티에이전트 아키텍처[2], 구조해석을 코드 생성 문제로 재구성해 신뢰성을 높인 LLM 에이전트[3] 등이 보고되었다. 검색증강생성(RAG) 분야에서도 답변을 원문에 근거시켜 환각을 줄이려는 연구가 활발하며, 관련 검토에 따르면 RAG의 신뢰도는 검색 구성요소의 품질에 크게 좌우된다[4].

상용 영역에서도 Autodesk가 반복 설계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하는 생성형 3D 모델(neural CAD) 방향을 제시했고, 건축 분야에서는 Forma가 초기 설계의 반복적 부분을 자동 완성하는 기능을 선보였다[5]. Autodesk뿐 아니라 Bentley Systems, Trimble, Dassault Systèmes 등도 생성형 AI와 엔지니어링 자동화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통적인 방향은 설계자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검증 가능한 워크플로우를 구축하는 것이다. 공통된 교훈은 본고의 방향과 같다 — 검색으로 근거를 붙이고, 도구·코드로 결정성을 확보하며, 사람이 최종 검증한다는 것이다.

9. 현업 적용을 위한 제언

사무소 규모와 보안 여건을 고려한 현실적 적용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단계방법기대 효과
1. 지식 검색KDS·사내지침을 RAG로 구축, 근거 인용형 질의응답환각 차단, 기준 검토 시간 단축
2. 정형 데이터설계 데이터를 스키마 기반으로 정리, 수치는 코드가 선계산정확한 집계·필터, 토큰 절감
3. 도구 자동화자연어 명령을 검증된 도구 실행으로 연결반복작업 단축, 진입장벽 완화
4. 데이터 가역성건축↔구조 변환 이력 기록으로 결과 역투영일관성 확보, 오류 추적
5. 보안 선택민감 프로젝트는 온프레미스 모델 사용설계자료 외부유출 방지

축적된 프로젝트 정보를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무엇을 벡터로 임베딩하고 무엇을 정형 데이터베이스에 둘지 처음부터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 기반 검색이 필요한 비정형 지식(기준·지침·과거 검토의견)은 벡터DB로, 정확한 매칭과 집계가 필요한 정형 데이터(부재·물량·좌표)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와 도구 조회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10. 맺으며

AI는 구조설계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면 해석, 모델 변환, 방대한 부재력 분석, 배근 정리, 계산서 작성과 같은 반복적이고 데이터 집약적인 업무를 크게 단축하고, 기준 적합성을 빠짐없이 점검하게 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함께 높일 수 있다. 핵심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경계의 설계다 — 계산은 코드가, 기준은 KDS가, 수정은 도구가 수행하고, AI는 그 사이를 잇는 인터페이스로 두며, 마지막 책임은 엔지니어가 진다. 이 원칙 위에서라면 구조설계 사무소는 거대 플랫폼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가진 데이터와 도구만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을 시작할 수 있다.


참고자료

[1] J. Chen, Y. Bao. Multi-agent large language model framework for code-compliant automated design of reinforced concrete structures. Automation in Construction, 177, 106331 (2025).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926580525003711

[2] Z. Geng et al. A Novel Multi-Agent Architecture to Reduce Hallucinations of Large Language Models in Multi-Step Structural Modeling. arXiv:2603.07728 (2026). https://arxiv.org/abs/2603.07728

[3] J. Liu et al. A Large Language Model-Empowered Agent for Reliable and Robust Structural Analysis. arXiv:2507.02938 (2025). https://arxiv.org/abs/2507.02938

[4] Hallucination Mitigation for Retrieval-Augmented Large Language Models: A Review. Mathematics (MDPI), 13(5), 856 (2025). https://www.mdpi.com/2227-7390/13/5/856

[5] Autodesk unleashes Neural CAD — 3D generative AI foundation models for Fusion and Forma. AEC Magazine (2025). https://aecmag.com/ai/autodesk-unleashes-neural-cad/